개강 첫 주 후기
개강 한 달 전 '교재랑 논문 좀 미리 훑고 가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은 생각에 멈춰있었고 순간의 찰나 개강하는 날 아침 8시에 와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어쩔 수 없는 것. 어차피 비대면 수업에 첫 주이니 별 거 있겠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수업 시작 1시간 전 부터 공지게시판, 강의자료실 등을 쓸데 없이 뒤졌다. 그리고 수업 20분 전 입장대기를 켜놓고 기다릴 생각으로 줌회의 링크를 클릭했다(이 시기에는 코로나로 모든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됐다).
1. 수업 A
당연히 시작 안하겠지 하고 눌렀는데, 아뿔싸! 화면 앞에 교수님이 계셨다.. 모니터에 보이는 교수님과 나의 캠.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교수님께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교수님도 뭔데 이렇게 일찍 들어왔지? 하는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주셨고 첫 인사이니 만큼, 학부 전공이 뭐였는지, 사회에서는 무슨 일을 했는지 등 소소한 질문과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수업 시간이 되자 다른 사람들이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까지 포함해 3명이 되었을 때 교수님의 한 마디. "한 명이 아직 안왔네?". 나는 속으로 '뭐지? 3명?? 게다가 저 두 분은 오티 때 뵌 박사과정이신데...????'라고 생각하며 약간의 불안이 엄습해 옴을 느꼈다.
가벼운 인사와 소개 시간이 끝나고 교수님은 수업방법, 과제, 출결, 평가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주셨다. 수업은 팀플로 진행되고 인원이 적은 만큼 팀이 1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하셨다. 박사과정 2분과 나. 두 박사과정 분들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기업에 재직 중이셨고, 박사과정을 병행하시는 것으로 봐서는 최소 임원급 인사일게 분명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임원은 아니셨고 책임/팀장급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끝까지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고 박사과정 2분과 석사과정인 나만이 수업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거의 확신이 되었다. 이러한 확신이 들 무렵, 나는 생각했다. 이건 수업이 아니다. 사회생활이며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하자.
개강 후 첫 수업은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꿈과 희망을 단번에 접어버리고, 긴장감과 책임감에 불을 지폈다.
2. 수업 B
같은 날 오후 프로그램을 다루는 수업이었다. 그나마 수업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아주 기초적인 사용법은 미리 익혀두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했다. 수업시간이 가까워 오자 공지와 온라인 동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첫 수업은 녹화강의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이전 다른 수업에서 줌회의로 진행했으니 당연히 줌회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뭔가 김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수업은 들어야하니 영상을 켰다.
영상은 마찬가지로 수업 내용과 진행방법 등을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이 3개나 있는 것이 아닌가? 해당 과목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과 자세,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과 설치 방법 등이었다.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과 설치방법 이라니. 생각했던 것보다 수업이 친절해서 놀랐다. 시작하자 마자 바로 예제를 시작할줄 알고 걱정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녹화영상인데 1.5배 해서 듣자 하고 배속을 올렸다. 그러다가 문득, '재생속도를 높여도 수강인정이 될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학부 시절을 떠올려 봤을 때 동영상 강의의 배속을 높이면 수강이 인정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역시는 역시... 수강달성률이 영상진행률 보다 한참 부족했다. 배속을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다시 1배속으로 처음부터 들을 수밖에.. 심지어 정해진 수업 시간보다 영상길이가 20분 이상 더 길었다!
첫 주차 부터 과제가 나왔는데 강의 내용와 참고자료를 읽고 원페이퍼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참고자료가 영어였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 영어로 된 자료를 보니 정신이 어질해졌다.. 다행히 레포트는 한국어 작성이었다. 두 번째 강의에서는 석사 과정 수업도 생각보다 친절하다는 것과 앞으로 영어가 문제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3. 수업C
세번 째 수업은 개강 3일 후에 있었고 이미 2개의 수업을 들었기에 큰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그 전날 강의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수업 전 미리 읽어 오세요'라는 내용으로 4개의 자료가 업로드 되어있었다. 3개는 하나당 20~30페이지 정도되는 논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영문으로 된 연간저널이었다. 아니... 첫 수업 전부터 과제를 준다고? 이게 대학원인가?
영어가 안되기에 우선 한글 논문들 부터 읽어나갔다. 분명 한국어로 써져 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20페이지 짜리 자료를 읽는데 2시간이 걸리는 시간마법을 경험하게 되었다. 더욱 문제는 영문 자료였다. 영어를 그대로 읽는 것은 3줄을 읽고 포기하고 빠르게 파파고로 들어갔다. 전문을 다 복붙하려고 보니 문장이 다 쪼개져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한글 파일에 영어를 복붙해 끊어진 문장이 없게 수정한 후에야 파파고 번역을 돌릴 수 있었다. 한 70프로 정도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30프로 정도는 번역으로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영문을 보고 모르는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해석을 했다. 이 때 느낀건 한국어 논문을 읽을 때와 동일하다. 나는 분명 단어를 알고 문장을 해석했는데 왜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을까?
다음날 수업은 줌회으로 진행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수업방법 등을 설명해주고 참고자료를 바탕으로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한편으로는 이걸 다 읽어올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확실히 수업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 알게된 사실은 미리 읽어오라는 것은 권장사항이었고 필수는 아니었다고...
개강 첫 주 소감은 '쉽지만은 않겠다'이다. 이론적인 부분이나 전문성의 문제를 떠나 논문의 문체와 영어가 걱정이다. 요 며칠 동안 4~5개의 논문을 읽어본 나의 감상은 '일부러 문장을 꼬아놓고 난해한 단어를 사용한 것같다'이다. 영어는 한 술 더 뜬다. 파파고로 번역할려고 해도 노가다가 필요하고 번역한다고 해도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다. 아마 매주 4편 이상의 논문을 봐야할 것 같은데 얼른 논문의 문체에 익숙해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같다. 그리고 영어공부를 무엇보다 집중하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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